I국 비전트립 소감문

대학을 졸업할 나이가 되었고, 이제 수원지구를 떠나야 할 시기가 되었다. 그동안 훈련받고 열심히 살아온 시간의 순간들을 증명해내야 하는 나이, 스물일곱이다. 새내기 때만 해도 이쯤 되면 회사에 취업해 있고, 이후에는 결혼하여 평범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수원지구에서의 6년은 나를 단순한 청년이 아닌, 예수님의 제자로 빚어 놓았다.

내 안에 심겨진 복음의 능력과 열정은 나를 이 세상의 흐름을 따라 무난하게 살아가지 못하게 했다.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사도 바울과 같은 사명과 비전을 보여주셨고, 복음이 필요한 영혼들을 향해 나아가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게 하셨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 묶인 삶을 선택할 수 없었고, 석사 이후 해외 박사과정까지 계획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이 비전트립 선교에 참여하게 되었다.

선교 사역지에서의 경험은 내 인생에 매우 귀한 인사이트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너무나 부족하고 연약한 나 자신을 먼저 보게 되었다. 내 안에 남아 있는 욕심과 교만, 미움과 다툼, 시기와 질투, 악함이 여실히 드러났고, 나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선교사님을 바라보며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되었다. 치열하고 혹독한 선교의 현장 속에서도 강렬한 눈빛과 에너지로 사역하시는 모습은 마치 살아 있는 증거와 같았고, 인간 문화재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선교사님과 함께한 짧은 시간들은 내게 너무도 큰 자양분이 되었다.

이번 선교를 통해 내가 배운 선교란, 다른 한 영혼 그 자체가 되는 것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리스도께서 인간이 되셨고, 모든 죄를 짊어지시며 십자가를 지셨듯이, 선교란 결국 십자가를 지는 삶이었다. ‘낮아진다’는 말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삶의 태도인지 섬세하게 배우게 되었다.

한국이라는 선진국에서 태어나 풍족하고 편리하게 살아온 삶은, 오히려 선교 앞에서 큰 걸림돌이 되었다. 누리는 것이 많을수록, 받은 것이 많을수록 내려놓기는 더 어려웠다. 때로는 ‘굳이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생각하고 신경 써야 할까’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사소한 습관과 행동, 말 하나가 선교지의 영혼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철저한 낮아짐,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께서 하늘 보좌를 내려놓고 베들레헴이라는 누추한 시골 마을에 오셔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오신 이유임을 다시금 묵상하게 되었다.

인생의 정답은 늘 그리스도께 있다. 삶의 갈림길 앞에서 수없이 고민하고 갈등하지만, 나를 언제나 신실하게 인도하시는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앞으로 한국에 돌아가 정신없는 석사과정과 경원교회 사역들이 이어지겠지만, 그 이후 박사과정까지 나아가는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과 더욱 깊고 진득한 교제 가운데 쓰임받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10년 뒤, 선교지에 서 있을 나의 모습을 기대하며 오늘도 그리스도를 따라 한 걸음 내딛는다.